1. 검토 배경: 한 통지 안에 겹쳐 있는 두 개의 판단
법인 자금을 빼돌린 사람이 등기 대표가 아니라 경영을 사실상 좌우한 인물일 때, 과세관청은 그를 '사실상 대표자'로 보아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하곤 합니다. 이 한 문장에는 서로 다른 두 판단이 섞여 있습니다. 하나는 귀속불분명 소득을 누구에게 귀속된 것으로 볼 것인가(대표자 해당성)이고, 다른 하나는 자금유용 시점에 소득이 법인 밖으로 나갔다고 볼 것인가(사외유출)입니다.
이 글은 대법원 2017. 9. 7. 선고 2016두57298 판결이 이 두 판단을 각각 다른 법리로 나누어 심사했다는 점을 분석합니다 [1]. 대상은 구 법인세법 시행령(2016. 2. 12. 대통령령 제269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6조 제1항 제1호 단서가 적용된 사건이며, 현행 조문의 문구는 분석 범위에 포함하지 않습니다. 또 이 판결은 원심을 파기·환송한 것이므로 납세자의 확정적 승소나 최종 과세 결과를 보여 주는 판결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2. 첫째 판단: 대표자는 등기 또는 괄호 요건으로 정해진다
판결이 인용한 단서 조항은 사외유출된 금액의 귀속이 불분명하면 대표자에게 귀속된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괄호 안에서, 소액주주등이 아닌 주주등인 임원이 특수관계자 지분과 합산해 발행주식총수 또는 출자총액의 100분의 30 이상을 소유하고 법인의 경영을 사실상 지배하는 경우에는 그 자를 대표자로 한다고 따로 정합니다 [1].
대법원은 이 구조에서 대표자를 두 갈래로 한정했습니다. (가) 법인등기부상 대표자로 등재된 자이거나, (나) 괄호 안 요건을 갖춘 주주등인 임원 중 경영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여야 합니다. 어느 쪽도 아니면, 설령 경영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더라도 이 규정이 말하는 대표자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1].
여기서 '사실상 지배'는 독립 요건이 아니라 괄호 요건의 한 구성요소입니다. 괄호 요건은 ① 소액주주등이 아닌 주주등인 임원일 것, ② 특수관계자 지분 합산 30% 이상일 것, ③ 경영을 사실상 지배할 것이 결합된 구조입니다. 판결 문언상 지분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경영 지배만으로는 대표자가 될 수 없습니다.
사안의 소외인은 자금유용 당시 등기 대표가 아니었고 지분이 2008. 12. 31. 기준 4.37%, 2009. 12. 31. 기준 3.68%였습니다. 피고는 소외인이 사실상 대표자임을 전제로 귀속불분명 부분까지 포함해 통지했고, 원심도 소외인이 실질적으로 경영을 담당했다는 이유만으로 대표자라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괄호 안 요건을 먼저 심리했어야 한다고 보아 법리 오해로 판단했습니다 [1]. 판결이 요구한 순서는 먼저 일정한 주식 보유로 괄호 요건을 갖춘 주주등인 임원인지를 살피고, 그에 따라 귀속불분명 금액이 그에게 귀속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이 단계는 귀속자를 특정하는 문제이고, 출발점은 경영 관여의 인상이 아니라 등기·지분이라는 형식 요건입니다.
3. 둘째 판단: 자금유용은 원칙적 사외유출이지만 예외는 개별 판단한다
두 번째 판단은 소득이 법인 밖으로 나갔는지의 문제입니다. 대법원은 실질적 경영자인 대표이사 등이 법인 자금을 유용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애당초 회수를 전제로 하지 않은 것이므로, 지출 자체로 이미 사외유출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유용 당시부터 회수를 전제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은 횡령 주체의 법인 내 실질적 지위와 지배 정도, 횡령에 이르게 된 경위, 횡령 이후 법인의 조치 등을 통해 그 대표이사 등의 의사를 법인의 의사와 동일시하거나 경제적 이해관계가 사실상 일치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인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하도록 했습니다 [1].
사안에서 대법원이 든 사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코스닥 상장법인으로, 소외인 지분은 4.37%·3.68%에 불과하고 일반 소액주주 지분이 각 71.87%·82.56%에 이르렀습니다.
- 법인이 횡령을 묵인하거나 추인했다고 볼 사정이 없었습니다.
- 회생절차에서 관리인이 선임된 직후 곧바로 형사고소가 이루어졌고, 소외인은 유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를 종합해 대법원은 소외인의 의사를 회사의 의사와 동일시하거나 이해관계가 사실상 일치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고, 회사가 손해배상채권을 보유한다고 봄이 상당하며, 자금유용 당시 곧바로 그 상당액의 자산이 사외유출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원심이 '자금유용 그 자체로 곧바로 사외유출'이라고 본 것은 사외유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는 취지입니다 [1]. 환송 후 최종 결론은 이 판결 원문에 나타나 있지 않으므로, 이 글은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 틀까지만 다룹니다.
4. 두 판단의 대비: 요건과 입증 사실이 다르다
아래 표는 판결 문언을 요건별로 대비한 작성자의 정리입니다. 판결이 두 판단의 상호 관계를 별도로 선언한 것은 아니며, 각 쟁점에서 원심의 법리 오해를 따로 지적했다는 점만 원문에서 확인됩니다 [1].
| 구분 | 대표자 해당성 | 사외유출 인정 |
|---|---|---|
| 판단 대상 | 귀속불분명 소득의 귀속자 | 유용 시점의 법인 밖 유출 여부 |
| 핵심 요건 | 등기 대표이거나 괄호 요건 충족 | 회수 비전제 여부(특별한 사정의 유무) |
| 판단 방식 | 등기·지분에서 출발하는 요건 심리 | 지위·지배 정도·경위·사후 조치를 개별적·구체적으로 종합 |
| 원심의 오류 | 실질 경영 담당만으로 대표자 인정 | 유용 자체로 곧바로 사외유출 인정 |
| 주로 쓰이는 자료 | 법인등기부, 주주명부(지분·특수관계 합산) | 지배구조, 집행 경위, 회수·고소 등 사후 조치 |
같은 주주명부라도 두 판단에서 묻는 질문이 다릅니다. 첫째 판단에서는 지분이 괄호 요건의 문턱으로, 둘째 판단에서는 의사 동일시나 이해관계 일치를 가늠하는 지배구조 자료로 쓰입니다. 한쪽 질문에 대한 답이 다른 쪽 질문에 대한 답을 대신하지 못합니다. 이 연결은 판결이 두 쟁점을 나누어 파기 사유로 삼은 구성에서 읽히는 작성자의 적용 분석입니다. 한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 다른 귀속자나 다른 처분이 가능한지는 판결이 말하지 않으므로 단정하지 않습니다.
5. 가상 사례: 요건별 대조와 오류 처리의 차이
다음은 실제 거래가 아닌 가상 사례입니다. 금액은 쟁점이 아니므로 설정하지 않고, 판결 원문의 지분율 수준만 차용해 전제를 고정합니다.
전제. 상장법인 X사에서 등기 대표가 아닌 A가 실질 경영자로 활동하며 회사 자금을 유용했습니다. A의 지분은 약 4%이고 소액주주 지분이 70%를 넘습니다. 회사는 유용을 묵인·추인한 바 없고, 신임 관리인이 선임된 직후 A를 고소했습니다. 유용 금액 중 일부는 사용처가 불분명해 귀속이 불분명하다고 가정합니다.
| 단계 | 검토 질문 | 기준 처리(판결 법리 적용) | 오류 ①: 경영 지배만으로 대표자 인정 | 오류 ②: 유용 사실만으로 즉시 사외유출 |
|---|---|---|---|---|
| 가 | 등기 대표인가 | 아니오 | 검토 생략 | 해당 없음 |
| 나 | 괄호 요건(30% 이상 지분·임원·경영 지배)을 충족하는가 | 지분 약 4%로 불충족 | 경영 지배를 이유로 충족 간주 | 해당 없음 |
| 다 | 귀속불분명 부분을 A에게 귀속시킬 수 있는가 | 대표자 요건 불충족으로 불가 | A 귀속으로 처리 | 해당 없음 |
| 라 | 회수 전제 여부: 의사 동일시·이해관계 일치가 있는가 | 소액주주 다수, 묵인·추인 부재, 즉시 고소는 부정 방향 | 해당 없음 | 개별 검토 없이 원칙만 적용 |
| 마 | 유용 시점의 사외유출 인정 | 손해배상채권이 인정되면 유용 시점 사외유출 부정 | 해당 없음 | 유용 시점에 유출로 처리 |
두 오류 처리는 결론이 아니라 생략된 검토 단계에서 갈립니다. 오류 ①은 나 단계를 건너뛰고 '경영 지배' 하나를 대표자 요건 전체로 대체합니다. 오류 ②는 라 단계의 개별적·구체적 판단 없이 원칙을 예외 검토 없이 적용합니다. 대법원이 각각 법리 오해로 지적한 지점이 이 두 곳입니다 [1]. 기준 처리에서는 나 단계에서 대표자 귀속 추정이 막히고, 라·마 단계에서도 손해배상채권 인정 시 유용 시점의 유출이 부정되므로, 두 쟁점 모두 과세 측에 불리한 방향으로 정리됩니다. 다만 이는 판결이 제시한 판단 틀을 이 가상 사실에 대입한 결과일 뿐 실제 사건의 결론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6. 반대 조건 비교: 사실 하나를 바꾸면 어느 단계가 달라지는가
위 사례에서 사실을 하나씩만 바꿔 보면 두 판단이 서로 다른 단계에서 작동함이 드러납니다. 아래는 판결이 제시한 요소로 맺는 조건부 결론이며, 판결이 직접 확정하지 않은 최종 과세 결과는 단정하지 않습니다.
조건 변경 ①: 지분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 A가 소액주주등이 아닌 주주등인 임원이고 특수관계자 지분을 합산해 30% 이상을 소유하며 경영을 사실상 지배한다면, 첫째 판단에서 괄호 요건에 따른 대표자 해당성이 별도로 검토될 대상이 됩니다 [1]. 이것은 귀속자 특정의 문턱을 넘을 수 있다는 의미일 뿐, 둘째 판단의 결론까지 대신하지는 않습니다. 사외유출 여부는 여전히 회수 전제 여부로 따로 판단해야 합니다. 지분이 높으면 의사 동일시 쪽 자료가 늘어날 수는 있으나, 판결은 지분율 수치를 사외유출 판단의 기준선으로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조건 변경 ②: 법인의 사후 대응과 지배구조가 달라지는 경우. 지분은 그대로 약 4%이되, 법인이 유용을 묵인·추인했고 회수 시도가 없으며 A의 의사가 곧 법인의 의사로 움직이는 구조라면, 판결이 열거한 의사 동일시, 경제적 이해관계의 사실상 일치, 묵인·추인 부재, 횡령 이후의 조치라는 요소가 사안과 반대 방향으로 기웁니다 [1]. 이 경우 손해배상채권 보유를 인정할 근거가 약해지고 '지출 자체가 사외유출'이라는 원칙이 다시 앞설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러나 판결은 이런 사실에서의 결론을 직접 판단한 바 없으므로, 어디까지나 판결의 판단 요소에서 읽히는 방향입니다.
두 변경은 서로 다른 단계를 움직입니다. ①은 귀속자 특정 단계를, ②는 사외유출 단계를 바꿉니다. 그리고 ②에서 사외유출이 인정되는 방향으로 기울더라도 첫째 판단의 괄호 요건 충족 여부는 별도로 남습니다. 한쪽만 바뀐 상태에서 다른 쪽 결론까지 따라가면 판결이 분리해 놓은 판단 구조가 다시 합쳐지게 됩니다.
기업 대응: 증빙을 요건과 연결한다
아래는 각 자료가 어느 요건과 연결되는지를 정리한 작성자의 실무 제안입니다. 판결이 모든 회사에 특정 서류를 갖추라고 요구한 것은 아닙니다.
- 법인등기부: 등기 대표 여부를 직접 입증해 첫째 판단의 첫 번째 갈래를 가릅니다.
- 주주명부와 지분 변동 내역: 괄호 요건의 30% 이상 지분과 특수관계자 합산 여부를 가리는 자료입니다. 판결이 사업연도 말 지분율을 사실관계로 확정했으므로, 지분 변동은 유용이 이루어진 시점과 사업연도별로 대응시켜 두는 편이 재현 가능합니다. 같은 명부의 소액주주 지분 규모는 의사 동일시 판단의 자료로도 쓰입니다.
- 자금집행 경위와 승인 기록: 횡령에 이르게 된 경위, 법인의 의사결정이 A 개인의 의사와 겹쳤는지를 보여 주어 둘째 판단의 지위·지배 정도 요소와 연결됩니다.
- 사후 조치 기록(회수 요구, 고소, 징계, 손해배상 청구 등): 횡령 이후 법인의 조치와 묵인·추인 여부를 보여 주는 자료입니다. 판결에서도 관리인 선임 직후의 형사고소가 손해배상채권 보유 판단에서 비중 있게 다뤄졌습니다 [1].
결국 실질 경영자의 자금유용에 대한 소득금액변동통지는 질문을 둘로 나누어 각각의 요건에 맞는 자료로 검토해야 합니다. 첫째, 이 사람이 구 시행령 단서 조항이 정한 대표자에 해당하는가. 둘째, 유용 당시부터 회수를 전제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가. 등기·지분 자료로는 첫째 질문에, 지배구조와 사후 조치 자료로는 둘째 질문에 답하게 되며, 한쪽 답이 다른 쪽을 대신하지 못합니다.
참고 출처
[1] 대법원 2017. 9. 7. 선고 2016두57298 판결(소득금액변동통지취소), 판시사항 [1]·[2], 이유 1.가(인정상여처분 부분), 1.나(상여처분 부분).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원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