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검토 배경: 승인의 시점·내용·기관을 따로 본다
대표이사나 이사, 그 가족 등과 회사 사이에 부동산 매매나 자금 거래가 생기면 실무에서는 흔히 '이사회 의사록이 있는가'만 확인합니다. 그러나 상법 제398조의 이사 자기거래 승인은 의사록의 존재 하나로 충족되지 않습니다. 이 글은 승인이 언제(계약 전인가), 무엇을 밝히고(중요사실을 개시했는가), 어떤 기관이(이사회인가 주주총회인가) 했는가를 나누어 분석합니다.
분석의 근거는 대법원 2023. 6. 29. 선고 2021다291712 판결 [1],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9다205398 판결 [2], 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5다4284 판결 [3]입니다. 특수관계인의 범위 열거, 특별이해관계 이사의 의결권 제한과 정족수 분모 산정,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묵시적 추인의 구체적 판단, 회계·세무 처리는 제공된 원문이 이 쟁점을 판단하지 않았거나 이 글의 범위를 벗어나므로 다루지 않습니다.
2. 판단 요건: 미리, 중요사실, 3분의 2, 공정성
2023년 판결은 제398조를 인용하면서 요건을 네 가지로 보여 줍니다. 이사 등이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회사와 거래하려면 ① 미리 ② 이사회에서 해당 거래에 관한 중요사실을 밝히고 ③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승인은 이사 3분의 2 이상의 수로 해야 하고, ④ 거래의 내용과 절차는 공정해야 합니다 [1]. 이 규정은 이익상반거래가 비밀리에 행해지는 것을 막고 이사회의 직무감독권 행사를 통해 거래의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것입니다 [1].
판결은 입법 연혁도 근거로 듭니다. 현행 규정은 구 상법(2011. 4. 14. 개정 전)과 달리 적용 대상을 주요주주 등으로 넓히고, '미리'를 명시하며, 결의요건을 가중하고, 공정성 요구를 추가했습니다 [1]. 그래서 사전에 이사회 승인을 받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거래는 무효이고, 사후에 이사회 승인을 받아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로 바뀌지 않습니다 [1].
내용 요건은 별도입니다. 판결은 중요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이익상반거래로서의 공정성 심의 없이 통상의 거래로 허용하는 결의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제398조의 이사회 승인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합니다 [1]. 2007년 판결도 거래 관련 이사가 승인에 앞서 자기의 이해관계와 중요한 사실을 이사회에 개시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3]. 이 사건에서는 이사회가 재무제표·영업보고서 승인을 위해 기부금명세서 등 결산 서류를 심의·의결했더라도, 해당 기부행위의 이해관계가 개시되고 구체적 안건으로 공정성이 심의되었다는 자료가 없어 승인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3].
작성자 분석으로, 이 요건들은 서로 대체되지 않습니다. 의결 수가 충분해도 안건에 상대방·관계·가격이 없으면 내용 요건이 빠지고, 내용이 충분해도 계약 이후 의결이면 시점 요건이 빠집니다. 정족수에 관해서는 문언대로 이사 9명이면 3분의 2는 6명입니다. 다만 특별이해관계 이사를 분모에 넣는지, 그 이사의 의결권을 어떻게 보는지는 제공된 원문이 판단하지 않았으므로 이 글은 확정하지 않습니다.
3. 사후승인: 2023년 판결과 2007년 판결의 층위
2007년 판결은 제398조 전문이 사전 승인만 규정하고 사후 승인을 배제한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근거는 이사회 승인을 얻은 경우 민법 제124조의 적용을 배제한 제398조 후문의 반대해석이었습니다 [3]. 반면 2023년 판결은 개정 연혁을 짚으면서 구 상법 후단의 민법 제124조 관련 내용이 현행 규정에서 제외되었다고 설시하고, 사후 이사회 승인으로는 무효인 거래가 유효로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1].
여기서 작성자 분석으로 구분이 필요합니다. 2007년 판결이 인용한 근거가 제398조 후문의 반대해석이라는 점은 원문에서 확인되지만, 사안에 적용된 조문의 시기는 자료에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두 판결의 근거 구조를 비교하면 2007년 판결의 사후 승인 가능성 설시는 현행 규정의 사전 승인 요건과는 층위가 다르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따라서 이 글은 현행 규정의 결론을 2023년 판결에서 가져오고, 2007년 판결은 중요사실 개시 의무, 주주총회 추인의 효력, 승인권한의 예외를 보여 주는 용도로만 씁니다.
2023년 사안의 사실관계도 구체적입니다. 거래 상대방은 회사 대표이사인 피고의 직계비속이자 회사 지분 15.87%를 보유한 사람이었습니다. 원심은 매매계약과 합의가 제398조가 적용되는 거래에 해당하고, 계약 이전의 이사회 결의(2016. 11. 4.자)는 중요사실을 밝힌 결의가 아니며, 다른 결의(2016. 11. 11.자)는 존재를 인정하기 어렵고 설령 있어도 마찬가지이며, 2021. 8. 17.자 추인 결의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원심 설시에 다소 부적절한 부분이 있으나 사전 승인이 없어 무효이고 사후 승인을 받아도 무효라는 결론은 정당하다고 했습니다 [1]. 이 판결은 그 사건의 거래 상대방에게 제398조가 적용된다는 원심 판단을 받아들인 것으로, 모든 특수관계인 거래에 같은 결론을 일반화한 것은 아닙니다.
4. 가상 사례: 이사 9명 회사의 두 거래 비교
다음은 실제 거래가 아닌 가상 사례입니다. 이사 9명, 자본금 10억 원 이상인 회사를 전제로 하며, 두 거래 모두 제398조가 적용되는 거래라고 가정합니다. 금액 계산이 쟁점이 아니므로 숫자는 두지 않고 승인의 시점·내용·수를 비교합니다.
- 거래 가: 이사 A가 자기 소유 부동산을 회사에 매도합니다.
- 거래 나: 대표이사의 직계비속인 주주가 회사와 매매계약을 맺습니다.
기준 처리는 같습니다. 계약 체결 전 이사회 안건에 거래 상대방, 이사와의 관계, 가격·조건 등 중요사실이 기재되고 구체적으로 설명되어야 합니다. 이어 이익상반거래로서 공정성을 심의하고, 문언상 이사 3분의 2 이상인 6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 뒤에 계약을 체결합니다. 이 순서가 지켜지면 제398조가 요구하는 시점·내용·수 요건을 모두 충족할 수 있습니다 [1][3].
이제 사실 하나만 바꿔 보겠습니다. 두 거래 모두 계약을 먼저 체결하고, 한 달 뒤 이사회가 같은 내용을 9명 중 9명 찬성으로 승인했다고 가정합니다. 찬성 수는 6명을 넘지만 승인 시점이 계약 이후이므로 2023년 판결의 법리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 상태가 유지됩니다 [1]. 의결 수가 많다는 사실은 '미리' 요건의 흠결을 메우지 못합니다. 거래 나의 2023년 사안에서 계약 이후 추인 결의가 있었음에도 무효 결론이 유지된 점이 이 비교와 연결됩니다 [1].
또 다른 변형입니다. 계약 전에 이사회가 9명 중 8명 찬성으로 의결했지만 안건명이 '부동산 매입의 건'이고 상대방이 이사 A라는 점, 가격 산정 근거가 보고되지 않았다면, 이는 통상의 거래를 허용하는 결의에 가깝습니다. 이 경우 중요사실을 밝히고 공정성을 심의한 결의라고 할 수 없어 제398조의 승인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1][3]. 정리하면 같은 6명 이상의 찬성이라도 시점과 내용 요건이 빠지면 결론이 달라집니다.
| 바꾼 사실 | 결의 시점 | 안건 내용 | 결론(원문 기준) | 근거 |
|---|---|---|---|---|
| 기준 | 계약 전 | 중요사실 개시, 공정성 심의 | 승인 요건 충족 가능 | [1] |
| ① 계약 후 승인 | 계약 후 | 동일 |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무효 유지 | [1] |
| ② 통상 거래 허용 | 계약 전 | 중요사실 없음 | 제398조 승인 아님 | [1][3] |
5. 반대 조건: 승인 기관이 달라지는 경우
승인 기관은 회사 규모와 정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2020년 판결은 자본금 총액이 10억 원 미만이고 이사가 1명 또는 2명인 회사에서는 이사회 대신 주주총회에서 미리 중요사실을 밝히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2]. 이 회사의 이사가 주주총회 승인 없이 거래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입니다 [2].
더 중요한 점은 '결의'의 의미입니다. 판결은 의결정족수를 충족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들이 동의하거나 승인했다는 사정만으로는 그러한 주주총회 결의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없다고 합니다 [2]. 해당 사안에서 이사 2명 중 1명이 주주총회 결의 없이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했고, 그 이사가 대표이사로 있던 회사가 주식 65%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대금 6억 원을 지급받아 그 회사에 대여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사정만으로는 결의 없이 계약을 유효로 볼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했습니다 [2]. 작성자 분석으로, 지배주주가 동의했다는 메일이나 서면은 주주총회 결의 절차를 대신하는 자료로 쓰기 어렵습니다. 소규모 회사라면 이 점을 사전에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앞의 가상 회사에서 이사가 2명, 자본금이 10억 원 미만인 경우로 바꾸면 이사회 6명 이상 요건이 아니라 주주총회의 사전 승인과 중요사실 개시가 쟁점이 됩니다 [2]. 이사 9명 회사라면 이 예외는 적용되지 않으므로 이사회 승인을 기본으로 봅니다.
마지막 변형은 주주총회 사후 추인입니다. 2007년 판결은 이익상반거래의 승인이 주주 전원의 동의가 있거나 정관에 주주총회의 권한사항으로 정해져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사회 전결사항이므로, 이사회 승인이 없는 거래를 승인 권한 없는 주주총회가 사후에 추인해도 유효로 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3]. 그 사안에서는 주주 전원의 동의나 정관 규정을 볼 자료가 없었습니다 [3]. 따라서 가상 회사에서 계약 후 주주총회가 추인했다면 정관에 주주총회 권한 규정이 있거나 주주 전원이 동의한 경우가 아닌 한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정관 규정이 있는 회사라면 승인 주체를 정관과 함께 판단해야 하지만, 그 경우 요건과 효과는 이 글이 다룬 원문만으로는 확정되지 않습니다.
6. 기업 대응: 증빙을 요건별로 연결한다
아래는 판결이 요구하는 의무가 아니라, 원문 요건을 사후에 재현하기 위한 작성자의 실무 제안입니다. 모든 회사에 같은 서류를 요구하는 규정은 아닙니다.
- 안건서: 거래 상대방, 이사와의 관계, 가격·조건 등이 기재되어 있으면 '중요사실 개시' 요건과 '통상의 거래로 허용한 결의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줍니다 [1][3]. 안건명에 이익상반 성격이 드러나는지도 함께 봅니다.
- 의사록과 계약서의 날짜 대조: 의결일이 계약일보다 앞서는지를 확인합니다. 이 대조가 '미리' 요건을 입증하며, 사후 승인으로는 보완되지 않는다는 2023년 판결과 직접 연결됩니다 [1].
- 찬성 이사 수: 문언상 3분의 2 이상인지 확인합니다. 9명 회사에서 6명이 문언상 기준입니다. 이해관계 이사의 의결권과 분모 문제는 별도 검토가 필요합니다.
- 소규모 회사의 주주총회 결의: 이사가 1~2명이고 자본금이 10억 원 미만이면 주주총회 결의의 존재가 핵심이며, 주주 동의서만으로는 결의를 대신하지 못합니다 [2].
- 정관 승인권한 규정: 주주총회가 승인했다면 정관상 근거나 주주 전원 동의가 있었는지 확인합니다 [3].
비교 결과의 귀결은 조건부입니다. 계약 전 이사회에서 중요사실이 개시되고 이익상반거래로서 공정성이 심의되어 필요한 수의 찬성이 있다면, 승인 요건 충족을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계약이 먼저이거나, 안건이 통상 거래 승인이거나, 소규모 회사에서 주주총회 결의가 없다면 사후 서류를 보완해도 거래의 유효성을 회복했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특수관계인 거래 승인은 의사록의 유무가 아니라 시점·내용·기관이 요건에 맞는지로 판단해야 합니다.
참고 출처
[1] 대법원 2023. 6. 29. 선고 2021다291712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2]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9다205398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3] 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5다4284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