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검토 범위: 만기 보유와 배서인 소구의 갈림길

약속어음 소지인이 발행인의 부도 징후를 들었을 때 바로 결론을 낼 수 있는 질문은 하나다. 만기까지 보유해 통상의 지급제시를 할 것인지, 만기 전에 지급장소에 제시하고 지급거절을 확인한 뒤 배서인에게 소구할 수 있는지다. 이 글은 그 판단만 다룬다. 발행인에 대한 회생·파산절차상 신고, 별도 보증채무, 가압류, 세무상 대손처리, 어음교환소 내부 규약은 범위에서 제외한다.

적용 대상은 배서양도된 약속어음이다. 약속어음 발행인은 환어음 인수인과 같은 의무를 부담하므로 원칙적으로 주채무자다[5]. 반면 배서인에 대한 청구는 어음이 예정한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행사하는 소구의 문제다. 따라서 발행인의 자금 사정이 나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배서인에게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만기 전 소구 사유와 지급제시·거절증명 같은 절차 요건을 따로 보아야 한다.

근거 원문은 대법원 1984. 7. 10. 선고 84다카424 판결과 국가법령정보센터의 어음법 [시행 2010. 3. 31.] 원문이다. 판결은 구체 사건에서 약속어음의 만기 전 소구 가능성을 인정한 자료이고[1], 조문은 지급·소구·거절증서·약속어음 준용 구조를 확인하는 자료다[2][3][4][5][6]. 아래의 결론은 판결이 직접 판시한 부분과, 그 판시를 제공된 조문 구조에 맞추어 거래 판단으로 옮긴 필자의 적용 분석을 구분해 서술한다.

2. 원문 근거: 발행인의 위험과 배서인 소구는 다른 층위다

어음법 제77조 제1항은 약속어음의 성질에 상반되지 않는 한도에서 환어음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그중 지급에 관한 제38조부터 제42조까지, 지급거절로 인한 상환청구에 관한 제43조부터 제50조까지 등이 약속어음에 적용될 수 있다[4]. 제43조는 만기에 지급이 되지 않은 경우 배서인 등 어음채무자에 대하여 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일정한 경우에는 만기 전에도 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정한다[2].

다만 약속어음에는 환어음의 지급인·인수인 구조가 그대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 간극을 메우는 조문이 제78조 제1항이다. 약속어음의 발행인은 환어음의 인수인과 같은 의무를 부담한다[5]. 그래서 발행인은 어음금 지급의 중심 채무자이고, 배서인에게 앞당겨 청구하려면 발행인에게 지급거절이 예상될 정도의 사정과 소구 절차가 별도로 필요하다.

대법원 84다카424 판결은 이 지점을 판시했다. 판결은 약속어음의 경우에도 발행인의 파산, 지급정지, 그 밖에 자력을 불확실하게 하는 사유로 말미암아 만기에 지급거절이 될 것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만기 전 소구가 가능하다고 보았다[1]. 사건에서는 같은 발행명의의 다른 약속어음들이 거래은행에서 모두 부도된 뒤, 소지인이 만기 전 지급장소에서 제시했으나 지급거절되었다. 대법원은 그런 상황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약속어음도 각 만기에 지급거절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소지인은 만기 전이라도 일단 지급제시를 한 후 배서인에게 소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1].

따라서 핵심 요건은 ‘불안’이 아니라 ‘만기 지급거절을 예상하게 하는 객관적 사유’다. 판결의 강한 사실은 동일 발행명의의 다른 어음이 모두 부도되었다는 점이다. 단순한 소문, 거래처 담당자의 불안한 발언,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만으로는 판결의 사실관계와 같다고 말할 수 없다.

3. 절차 요건: 지급제시, 거절증서, 면제 사실을 분리한다

만기 전 소구 사유가 있더라도 배서인에게 바로 내용증명을 보내 청구하면 절차가 비어 있을 수 있다. 제44조 제1항은 인수 또는 지급의 거절은 공정증서, 즉 인수거절증서 또는 지급거절증서로 증명하여야 한다고 정한다[3]. 또한 지급인이 지급을 정지한 경우 또는 그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이 주효하지 않은 경우에는 소지인이 지급인에 대하여 지급을 받기 위한 제시를 하고 거절증서를 작성시킨 후가 아니면 상환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한다[3]. 파산선고의 경우에는 파산결정서를 제시하면 된다는 별도 규정도 있다[3].

판결 사건에서는 배서인이 지급거절증서 작성의무를 면제한 사실이 원심에서 인정되었다[1]. 그래서 대법원은 그 사실관계를 전제로, 소지인이 만기 전 지급장소에서 지급제시를 하고 거절된 뒤 배서인에게 소구할 수 있다고 보았다[1]. 여기서 중요한 것은 ‘면제’와 ‘지급제시’가 같은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면제는 거절증서 작성과 관련된 사실이고, 지급제시는 만기 전 소구를 현실화하기 위해 지급장소에서 지급을 구하고 거절 여부를 확인하는 행위다.

만기까지 보유하는 경우에도 지급제시 관리는 남는다. 제38조 제1항은 확정일출급 등 환어음 소지인이 지급을 할 날 또는 그날 이후 2거래일 내에 지급을 받기 위한 제시를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6], 제77조 제1항 제3호는 지급에 관한 규정을 약속어음에 준용한다[4]. 이 글의 대상이 확정일출급 약속어음이라면,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 만기일 및 그 이후 2거래일 내 지급제시를 관리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이는 조문 결합에 따른 적용 분석이지, 84다카424 판결이 제38조의 기간 계산을 직접 판시했다는 뜻은 아니다.

4. 가상 거래 비교: 조건 하나가 청구 시점을 바꾼다

다음은 실제 사건이 아닌 가상 사례다. A사는 B로부터 X 발행의 확정일출급 약속어음 2장을 배서양도받았다. 1번 어음은 액면 4천만 원, 만기 6월 30일이고, 2번 어음은 액면 6천만 원, 만기 7월 31일이다. 합계 노출액은 1억 원이다. 두 어음 모두 지급장소가 특정되어 있고, B의 배서는 연속되어 있다. 차이는 단 하나, 6월 20일에 확인된 X의 외부 부도 정보의 수준이다.

구분6월 20일 확인 사실A사가 6월 20일 할 수 있는 판단배서인 B에 대한 청구 시점
사례 AX 명의의 다른 약속어음 5장이 거래은행에서 모두 부도판결 사실과 가장 가깝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두 어음 모두 만기 지급거절 예상지급장소에 만기 전 제시하고 거절 확인 후 소구 검토
사례 BX가 자금난이라는 소문만 있고 부도·지급정지 자료 없음객관적 소구 사유가 부족하다. 만기 보유와 제시기간 관리가 기본각 만기 지급제시 후 지급거절이 있을 때 소구 검토

사례 A에서 A사는 6월 20일 현재 1억 원 전부를 위험노출액으로 보되, 곧바로 B에게 “만기 전 소구금”을 청구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지급장소에 제시해야 한다. 제시 결과 지급이 거절되면 판결의 구조와 맞는다. 1번 어음은 만기 10일 전, 2번 어음은 만기 41일 전이지만, 판결은 동일 발행명의의 다른 어음이 모두 부도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어음도 각 만기에 지급거절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았다[1]. 따라서 두 어음을 나누어 보려면 “2번 어음 만기 전까지 X의 자금지원이 확정되어 지급거절 예상이 해소되었다”는 식의 특별한 사정이 필요하다. 그런 사정이 없다면 A사는 두 장 모두에 대해 만기 전 제시와 B 소구를 검토할 수 있다.

사례 B는 결론이 다르다. 소문은 자력을 불확실하게 하는 사유의 단서일 수는 있어도, 판결이 인정한 ‘다른 어음 모두 부도’나 조문상 파산·지급정지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1][2][3]. A사는 1번 어음 4천만 원에 대해서는 6월 30일 또는 그 이후 2거래일 내 지급제시를 관리한다[6]. 그때 지급거절되면 1번 어음에 관하여 B에 대한 소구를 검토한다. 그리고 그 지급거절 사실은 2번 어음 6천만 원 판단의 새 자료가 된다. 다만 1번 어음 하나가 거절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다른 어음이 모두 부도”인 사안과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담당자는 그 거절이 X의 지급정지 때문인지, 어음 형식 흠결이나 지급장소 착오 같은 개별 사유 때문인지 확인해야 한다.

금액 계산은 결론을 바꾸지는 않지만 의사결정 범위를 정한다. 사례 A에서는 만기 전 조치의 대상 노출액이 4천만 원+6천만 원=1억 원이다. 사례 B에서는 6월 30일 전까지 배서인 소구를 전제로 확정할 수 있는 금액이 없고, 1번 어음이 거절된 뒤에도 2번 어음 6천만 원에 대한 만기 전 소구는 추가 사실 확인을 거쳐야 한다. 같은 1억 원 보유라도, 확인된 사실 하나가 청구 가능한 시점과 상대방 대응을 바꾸는 것이다.

5. 담당자의 판단 자료와 조건부 결론

담당자는 먼저 어음면에서 발행인, 만기, 지급장소, 배서 연속, 지급거절증서 작성의무 면제 문구를 확인해야 한다. 이 자료는 소구 상대방을 특정하고, 만기 전 제시를 어느 지급장소에서 할지, 거절증서 작성 절차가 필요한지를 정하는 기초다. 특히 면제 문구가 있더라도 지급제시 자체를 생략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판결도 만기 전 지급장소에서 제시했고 지급거절되었다는 사실을 전제로 삼았다[1].

다음으로 발행인의 위험 자료를 시점별로 구분한다. 6월 20일 현재 다른 어음의 부도확인서, 거래은행의 부도 처리 자료, 파산결정서, 지급정지를 보여주는 객관 자료가 있으면 만기 전 소구 사유 판단에 직접 연결된다[1][2][3]. 반대로 영업부서의 전언, 업계 소문, 결제 지연 가능성 보고만 있으면 만기 전 배서인 소구의 근거로는 부족하다. 그 경우 담당자의 일은 소구 청구가 아니라 만기일과 이후 2거래일 내 제시를 놓치지 않도록 일정과 증빙을 고정하는 것이다[6].

마지막으로 절차 자료를 남겨야 한다. 만기 전 제시를 선택했다면 지급장소, 제시일시, 제시자, 지급거절 사실을 사후에 재현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급정지 사유를 근거로 소구하려면 제44조 제5항의 구조상 지급제시와 거절증서 작성 여부가 쟁점이 된다[3]. 파산선고가 근거라면 같은 조 제6항이 말하는 파산결정서가 핵심 자료다[3]. 판결처럼 배서인의 지급거절증서 작성의무 면제가 있는 경우에는 그 문구가 어음면 또는 배서 문언에 어떻게 표시되어 있는지를 별도로 보존해야 한다[1].

조건부 결론은 명확하다. 발행인 X 명의의 다른 약속어음이 모두 부도되는 등 만기 지급거절이 예상되는 객관적 사유가 확인되면, A사는 만기 전이라도 지급장소에 제시하고 거절을 확인한 뒤 배서인 B에 대한 소구를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부도 소문 단계라면 만기 전 소구로 건너뛰지 않고, 각 어음의 만기와 지급제시 기간을 관리하는 것이 원문 근거에 맞다. 일부 부도처럼 중간 영역에 있는 사실은 “부도 수량” 자체보다 그 원인이 발행인의 지급정지·자력 불확실인지, 아니면 개별 어음의 흠결인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

참고 출처

[1] 대법원 1984. 7. 10. 선고 84다카424 판결(약속어음금),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s://www.law.go.kr/LSW/precInfoP.do?precSeq=99518

[2] 어음법 제43조(상환청구의 실질적 요건), [시행 2010. 3. 31.] [법률 제10198호]: https://www.law.go.kr/LSW/lsInfoP.do?lsiSeq=103947&efYd=20100331&ancYnChk=0

[3] 어음법 제44조(상환청구의 형식적 요건), [시행 2010. 3. 31.] [법률 제10198호]: https://www.law.go.kr/LSW/lsInfoP.do?lsiSeq=103947&efYd=20100331&ancYnChk=0

[4] 어음법 제77조(환어음에 관한 규정의 준용), [시행 2010. 3. 31.] [법률 제10198호]: https://www.law.go.kr/LSW/lsInfoP.do?lsiSeq=103947&efYd=20100331&ancYnChk=0

[5] 어음법 제78조(발행인의 책임 및 일람 후 정기출급 어음의 특칙), [시행 2010. 3. 31.] [법률 제10198호]: https://www.law.go.kr/LSW/lsInfoP.do?lsiSeq=103947&efYd=20100331&ancYnChk=0

[6] 어음법 제38조(지급 제시의 필요), [시행 2010. 3. 31.] [법률 제10198호]: https://www.law.go.kr/LSW/lsInfoP.do?lsiSeq=103947&efYd=20100331&ancYnChk=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