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이사가 업무를 대표이사 등에게 포괄 위임하고 이사 명의의 부수업무만 처리했다면, 회사는 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수를 부정할 수 있을까요? 이 글은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다213308 판결과 2015. 8. 27. 선고 2015다214202 판결의 설시를 요건, 사실 적용, 효과 순서로 재구성합니다. 퇴직연금 사건인 2018. 5. 30. 선고 2015다51968 판결은 보수청구권 제한 법리의 보강 근거로만 씁니다. 사후 결의에 의한 박탈, 퇴임이사 지위 확인의 이익, 상법 제388조 조문 자체의 해석, 세무상 손금 처리는 다루지 않습니다.

1. 검토 배경: 쟁점은 직무량이 아니라 결의와 비례성입니다

두 판결의 출발점은 같습니다.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이사·감사가 회사와 계약을 맺고 취임하면 상법 제388조, 제415조에 따라 정관 또는 주주총회 결의에서 정한 금액·지급시기·지급방법대로 보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1]. 보수는 직무 수행의 대가이므로 실질 업무가 없다면 보수도 없어야 할 것처럼 보입니다.

대법원은 이 연결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업무를 다른 이사 등에게 포괄 위임해 실질 업무를 하지 않더라도, 이사·감사로서 상법 제399조, 제401조, 제414조 등이 정한 법적 책임은 계속 지기 때문입니다 [1]. 책임은 남아 있는데 보수청구권만 직무량을 이유로 부정하기는 어렵다는 구조입니다. 다만 결론에는 두 겹의 예외가 있습니다. 하나는 결의 자체의 하자 또는 선임 시 예정 직무와의 불일치이고, 다른 하나는 보수와 급부 사이의 비례성 상실 또는 방편적 선임입니다.

2. 원칙과 첫째 예외: 무엇이 "특별한 사정"인가

2015다213308 판결에 따르면, 소극적 직무 수행이라는 사유만으로 자격이나 보수청구권을 부정하려면 다음 사정 중 하나가 필요합니다 [1].

  • 이사를 선임하거나 보수를 정한 주주총회 결의의 효력이 무효인 경우
  • 소극적 직무 수행이 선임 시 예정했던 직무 내용과 달라 선임·보수지급 결의에 위배되는 배임적 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두 번째 사유의 기준은 실질 업무를 얼마나 했는가가 아니라, 결의가 예정한 직무와 실제 수행이 어긋나는가입니다. 이 구분은 작성자의 문언 해석입니다. 판결문은 예정 직무와의 불일치를 배임적 위배의 예로 들었을 뿐 위임 구조가 선임 단계의 전제였던 경우를 따로 논하지 않으므로, 그 경우의 평가는 사안별 입증에 달려 있습니다.

2015다214202 판결은 같은 법리를 적용한 결과를 보여 줍니다. 피고들은 주주총회에서 선임되고 등기된 이사·감사로서 법적 책임을 부담했고, 업무를 다른 회사 측에 포괄 위임한 채 이사·감사 명의에 따른 부수업무를 처리했습니다. 대법원은 결의 무효나 배임적 위배 같은 특별사정이 없는 이상 소극적 수행만을 사유로 보수청구권이 부정되거나 보수 약정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원심 판단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환송했습니다 [2]. 환송은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는 뜻이므로 피고들의 최종 승소를 확정한 것이 아닙니다. 또한 이 판결을 명의대여 약정 일반이 허용된다는 취지로 확장해서도 안 됩니다. 2015다213308 판결 역시 원심이 보수를 단순한 명의대여의 대가로 본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하면서도, 소극적 수행만으로 청구권을 부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원심의 결론은 수긍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1].

3. 둘째 예외: 비례성 상실과 방편적 선임, 그리고 제한의 효과

보수청구권이 인정된다는 것이 금액의 무제한 인정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이사의 보수는 직무 수행에 대한 대가이므로 회사에 제공하는 반대급부와 지급받는 보수 사이에 합리적 비례관계가 유지되어야 합니다 [1]. 다음 사정이 있으면 보수청구권의 일부 또는 전부에 대한 행사가 제한되고, 회사는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범위를 초과해 지급된 보수의 반환을 구할 수 있습니다 [1].

  • 보수가 합리적 수준을 벗어나 현저히 균형을 잃을 정도로 과다한 경우
  • 오로지 보수 지급이라는 형식으로 회사 자금을 개인에게 지급하기 위한 방편으로 선임한 경우

제한 여부와 범위는 급부 내용 또는 직무 수행의 정도, 보수 액수와 회사 재무상태, 실질적으로 직무를 수행하는 이사 등의 보수와의 차이, 선임 목적과 선임·자격 유지의 필요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1].

효과의 구조를 읽을 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판결문은 제한 범위를 일부 또는 전부로 열어 두었고, 합리적 범위 초과분의 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비례성 상실형에서 전부 박탈이 당연한 효과는 아니며, 초과분을 기준으로 조정되는 구조로 읽는 것이 문언에 맞습니다. 방편적 선임형이 더 넓은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선임 목적 자체가 문제 된다는 데서 도출한 작성자의 분석이며, 두 유형 간 비율이나 산식을 정한 판시는 제공된 원문에 없습니다.

2015다51968 판결은 이사 등의 보수청구권이 합리적 수준을 벗어나 현저히 과다하거나 명목상 이사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사정이 없으면 압류금지채권에 해당한다고 보면서, 합리적 범위를 벗어난 부분은 보수청구권 행사 자체가 제한된다는 점을 앞의 판결을 인용해 확인합니다 [3]. 이 판결은 퇴직연금의 압류·상계 맥락이므로 제한 법리의 보강 근거로만 쓰며, 퇴직연금 절차까지 결론을 넓히지 않습니다.

4. 가상 사례: 사실 하나를 바꿀 때 결론이 달라지는 지점

다음은 실제 거래가 아닌 가상 사례입니다. 이사 A는 주주총회 결의로 월 보수를 받기로 하고 선임되었고, 업무를 대표이사에게 포괄 위임한 채 이사 명의의 부수업무만 처리합니다. 판결에 법정 한도나 산식이 없으므로 금액은 개념 도식에만 쓰고 세율·한도는 가정하지 않습니다.

사례바꾸는 사실결론을 가르는 요건청구권 효과근거
1 (기준)유효한 선임·보수 결의가 있고, 소극적 수행이 예정 직무와 어긋나지 않으며, 보수가 직무에 비례함소극적 수행만으로는 특별사정이 아님청구권 유지[1][2]
2보수를 정한 결의가 없거나 증명하지 못함결의 존재의 증명책임은 이사 측청구 불가[4]
3보수가 급부·재무상태·실질 이사 보수에 비해 현저히 과다합리적 비례관계 상실합리적 범위 초과분 제한·반환[1]
4회사 자금을 개인에게 주려는 방편으로 선임선임 목적일부 또는 전부 제한[1]

사례 3을 수치로 도식화하겠습니다. 모든 금액은 가상이며 단위는 월 만 원입니다. A의 월 보수를 100, 실질 직무를 수행하는 대표이사의 월 보수를 80이라 하고, 앞의 네 가지 종합 요소를 적용한 결과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범위를 월 90으로 보았다고 전제합니다. 이 90은 도식을 위한 가정이며 판결이 산식을 제시한 것이 아닙니다. 월 초과분은 100−90 = 10이고, 12개월 동안 같은 금액을 지급했다면 초과분은 10×12 = 120입니다. 반환 청구 범위는 총지급액 100×12 = 1,200 전부가 아니라 120이고, 나머지 90×12 = 1,080은 청구권이 유지되는 부분입니다. 1,080+120 = 1,200으로 합계가 일치합니다.

같은 사례에서 사실 하나만 바꾸면 반환 범위가 달라집니다. 회사의 재무상태가 나빠지거나 급부 내용이 부수업무에도 미치지 못해 합리적 범위를 월 60으로 보게 되면 월 초과분은 40, 12개월 합계는 480이 됩니다. 반대로 합리적 범위를 월 100 이상으로 보면 초과분이 없어 사례 1과 같이 청구권이 유지됩니다. 보수 100이라는 금액은 같아도 요건 판단에 따라 반환 범위가 0에서 480까지 달라지는 셈입니다. 한편 사례 4처럼 선임 자체가 방편이었다면 이런 초과분 계산 없이 일부 또는 전부 제한이 문제 됩니다.

사례 2는 쟁점이 다릅니다. 2015다213308 판결은 상법 제388조가 강행규정이라고 보아, 정관에서 보수를 주주총회 결의로 정한다고 되어 있는 경우 금액·지급시기·지급방법에 관한 결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 이사·감사는 보수를 청구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결의가 있었음에 대한 증명책임은 이사·감사가 지며, 결의가 없었음을 회사가 증명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판단한 원심은 법리 오해라고 보았습니다 [4]. 소극적 수행이라는 사유가 보수청구권을 지키더라도, 결의 존재의 증명은 별개의 선행 요건입니다. 판결은 실질적 1인회사라면 실제 총회를 열지 않았어도 의사록이나 증거로 결의를 인정할 수 있다는 법리도 언급하므로, 해당 회사가 1인회사에 해당하는지가 따로 문제 됩니다 [4].

5. 증빙과 요건의 연결

판결이 특정 서류의 보관 의무를 정한 것은 아니며 모든 회사에 같은 서류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아래는 판결의 요건을 입증·반박하는 관점에서 자료를 연결한 작성자의 실무 제안입니다.

자료뒷받침하는 요건근거
정관 규정, 주주총회 의사록금액·시기·방법에 관한 결의의 존재(사례 2)[4]
선임 경위·선임 목적 자료예정 직무와 실제 수행의 일치, 방편적 선임 여부[1]
실제 직무 수행 기록급부 내용·직무 수행의 정도[1]
다른 이사 보수 비교표실질 직무 이사와의 보수 차이[1]
회사 재무상태 자료보수 액수와 재무상태의 균형[1]

회사가 반환을 구하는 입장이라면 합리적 범위와 그 초과분을 위 자료로 주장해야 하고, 이사의 입장이라면 결의의 존재와 예정 직무와의 일치를 보여야 합니다. 같은 자료가 양측에서 서로 다른 요건을 뒷받침합니다.

6. 판단 순서와 결론

정리하면 분쟁 검토는 네 단계로 나누는 편이 판결 구조에 맞습니다. 첫째, 보수를 정한 결의가 있었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가. 둘째, 결의가 유효하고 소극적 수행이 선임 시 예정 직무와 어긋나지 않는가. 셋째, 보수가 급부·재무상태·실질 이사 보수에 비추어 합리적 범위 안인가. 넷째, 선임이 오로지 회사 자금을 개인에게 지급하기 위한 방편이 아니었는가.

첫째와 둘째를 통과하면 소극적 수행만으로는 청구권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셋째에서 초과가 확인되면 부정이 아니라 합리적 범위 초과분의 제한과 반환이 문제 됩니다. 첫째에서 막히면 이후 단계를 논하기 전에 청구가 어렵습니다. 이 판결들만으로는 사후 결의로 청구권을 박탈할 수 있는지와 퇴임 이후 지위 확인의 이익을 판단할 수 없으므로, 해당 쟁점은 별도의 근거로 검토해야 합니다.

참고 출처

[1]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다213308 판결, 상고이유 제2·3점 판단(소극적 직무 수행과 보수청구권의 원칙·제한 법리). 국가법령정보센터

[2] 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5다214202 판결, 같은 법리의 적용과 원심 파기·환송 이유. 국가법령정보센터

[3] 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5다51968 판결, 이사 등 보수청구권의 압류금지채권 해당 요건 및 합리적 범위 초과분 제한 설시(퇴직연금 압류·상계 사건). 국가법령정보센터

[4]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다213308 판결, 상고이유 제1점(보수 결정 주주총회 결의의 증명책임과 1인회사 법리). 국가법령정보센터